π(파이) ≈ 3.14159265..., e(자연상수) ≈ 2.71828182..., φ(황금비) ≈ 1.61803398... 셋 다 소수점이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지도 않는 무리수예요. 그런데 이 셋을 더 자세히 나누면, π와 e는 초월수라는 특별한 부류에 속하고 φ는 그렇지 않아요. 같은 무리수인데 왜 다르게 취급받는 걸까요?

먼저 이 수들이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볼게요. π는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이에요. 원이 크든 작든 이 비율은 항상 똑같아서, 지름을 원 둘레 위에 옮겨 재보면 3번 하고도 조금(0.14159...번) 더 들어가요. e는 "끊임없이 불어나는 극한"에서 나와요. 1년에 100% 이자를 주는 은행에서 이자를 한 번만 주면 원금의 2배가 되지만, 이자를 잘게 쪼개서 더 자주 줄수록 최종 금액이 커져요. 그런데 아무리 잘게 쪼개도 어떤 값 너머로는 절대 못 넘어가는데, 그 한계값이 e예요. 수식으로는 (1+1/n)ⁿ에서 n을 무한히 키운 값이죠. φ는 피보나치 수열(1,1,2,3,5,8,13...)에서 이웃한 두 수의 비율이 다가가는 값이에요. 큰 피보나치 수 두 개를 나눠보면 언제나 1.618...에 가까워져요.

이제 왜 이 셋이 다른 부류로 나뉘는지 볼 차례예요. 수학에서는 모든 수를 먼저 유리수(분수로 정확히 나타낼 수 있는 수)와 무리수(그럴 수 없는 수)로 나눠요. 그런데 무리수 안에서도 다시 두 갈래로 갈려요. 정수 계수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으면 대수적 무리수, 어떤 정수 계수 방정식의 해도 절대 될 수 없으면 초월수예요. 예를 들어 √2는 무리수지만 x² − 2 = 0이라는 방정식의 해이니 대수적 수예요. φ도 마찬가지로, 피보나치 비율의 극한이라는 정의를 식으로 풀어보면 x² − x − 1 = 0의 해가 돼요 — 그래서 무리수이지만 초월수는 아니에요.

실수 유리수 1/2 22/7 무리수 대수적 √2 φ 초월수 π e
무리수는 다시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는 대수적 수와, 될 수 없는 초월수로 나뉘어요

반면 π와 e는 아무리 정수 계수 방정식을 만들어봐도 그 해가 될 수 없다는 게 증명됐어요. π가 초월수라는 건 1882년 독일 수학자 린데만이, e가 초월수라는 건 그보다 앞선 1873년 프랑스 수학자 에르미트가 증명했어요. 이 증명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있는가"라는 2000년도 넘은 고대 그리스의 문제(원적문제)를 단번에 해결했기 때문이에요. π가 초월수라면 그런 작도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되거든요.

정리하면, 무리수라고 해서 다 같은 무리수가 아니에요. √2나 φ처럼 어떤 다항방정식의 해가 되는 "질서 있는" 무리수가 있는가 하면, π와 e처럼 그 어떤 다항방정식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무리수가 있어요. 흥미롭게도 실수 전체로 보면 초월수가 대수적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도 증명되어 있어요 — 다만 π, e처럼 초월수임을 실제로 증명해 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요.

저희 체험 페이지에서는 반지름을 바꿔가며 π가 원의 둘레·지름 비율로 어떻게 나오는지, n을 키워가며 (1+1/n)ⁿ이 e로 다가가는 과정을, 피보나치 번호를 바꿔가며 그 비율이 φ로 수렴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여러 수를 버튼으로 눌러보며 유리수·대수적 무리수·초월수로 분류하는 것도 체험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