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를 부르는 이름은 언어마다 방식이 달라요. 한국어는 만(10⁴)마다 새 이름이 붙어요 — 만, 억, 조, 경처럼요. 영어는 1000(10³)마다 새 이름이 붙어요 — thousand, million, billion처럼요. 그래서 같은 수라도 두 언어의 '자릿수 감각'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이름도 결국 한계에 부딪혀요. 수가 너무 커지면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지거든요.

구골은 1 뒤에 0이 100개 붙는 수(10¹⁰⁰)예요. 수학자 에드워드 카스너가 자신의 9살 조카에게 '엄청 큰 수에 이름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나온 이름이라고 해요. 참고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전체의 원자 수는 약 10⁸⁰개로 추정되는데, 구골은 그보다도 훨씬 커요.

구골플렉스는 10을 구골 번 곱한 수, 즉 10^(10¹⁰⁰)예요. 0의 개수가 무려 구골 개나 되는데,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를 하나씩 써서 0을 적어도 다 적지 못할 만큼 커요. 종이에 다 쓰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인 거죠. 이렇게 큰 수 앞에서는 '얼마나 큰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요.

그런데 구골이든 구골플렉스든, 아무리 커도 결국 유한한 수예요. 자연수를 1, 2, 3...으로 끝없이 세다 보면 언젠가는 구골플렉스도 지나쳐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자연수 전체의 개수를 수학자들은 '무한'이라고 부르는데, 19세기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한에도 서로 다른 크기가 있다는 걸 증명했어요.

먼저 자연수, 정수, 심지어 유리수(분수)까지도 모두 자연수와 '1대1로 짝지을 수 있는' 같은 크기의 무한이에요 — 이런 무한을 셀 수 있는(가산) 무한이라고 해요. 힐베르트 호텔 이야기가 이걸 잘 보여줘요. 방이 무한 개라서 이미 꽉 찬 호텔이라도, 모든 손님을 한 칸씩 옮기면 새 손님을 위한 방이 생겨요. 그런데 0과 1 사이의 모든 실수를 자연수와 짝지으려고 하면, '대각선 논법'이라는 방법으로 항상 목록에 없는 실수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증명돼요. 즉, 실수는 자연수보다 '더 많은' 무한, 셀 수 없는(비가산) 무한이라는 뜻이에요.

목록에 없는 새 수 만들기 3 7 1 대각선에 +1: 4, 8, 2... → 목록에 없던 새로운 수!
대각선 자리 숫자를 하나씩 바꾸면, 아무리 긴 목록을 만들어도 항상 빠진 실수를 찾을 수 있어요

이렇게 무한을 크기별로 비교하는 개념을 '농도(cardinality)'라고 불러요. 직관적으로는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1대1로 완벽하게 짝지을 수 있는지'라는 엄밀한 기준으로 보면 자연수의 무한과 실수의 무한은 분명히 다른 크기예요. 체험 페이지에서는 슬라이더로 10의 거듭제곱을 옮기며 큰 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아보가드로 수부터 구골플렉스까지 크기를 비교해보고, 힐베르트 호텔과 대각선 논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