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문제를 풀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식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이 곱의 법칙인지 합의 법칙인지를 판단하는 거예요. 이 판단을 헷갈리면 아무리 계산을 정확히 해도 답이 완전히 틀려버려요. 두 법칙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쓰여요.

곱의 법칙은 두 가지 일이 잇달아(순차적으로) 일어날 때 써요. 음료를 고르고 그다음에 디저트를 고른다면, 음료를 고르는 방법이 m가지, 디저트를 고르는 방법이 n가지일 때 전체 조합은 m×n가지예요. 왜 곱셈일까요? 음료 하나를 고를 때마다 디저트를 고르는 n가지 선택이 통째로 새로 생기기 때문이에요. m번 곱해지는 셈이죠.

합의 법칙은 두 가지 경우가 동시에 일어날 수 없을 때(배타적일 때) 써요. "주사위를 던져 3이 나오거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거나" 하는 식으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상황이에요. 경우 A가 m가지, 경우 B가 n가지이고 둘이 절대 겹치지 않는다면, 전체는 m+n가지예요.

경우 A 경우 B 겹치지 않으면 A+B
두 원이 겹치지 않을 때만 합의 법칙(m+n)을 그대로 쓸 수 있어요

두 법칙을 헷갈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을 "그리고(그다음)"로 연결할지 "또는"으로 연결할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음료를 고르, 디저트를 고른다" → 곱의 법칙.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탄다" → 합의 법칙. 다만 합의 법칙은 두 경우가 겹치지 않을 때만 그대로 더할 수 있어요. 만약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집합에서 배운 |A∪B|=|A|+|B|−|A∩B| 공식처럼, 겹치는 만큼 한 번 빼줘야 해요.

이 두 법칙이 함께 작동하는 재미있는 예가 격자 위의 최단 경로 세기예요. 오른쪽과 아래로만 움직여 도착점까지 가는 방법의 수를 셀 때, 한 지점에 도착하는 마지막 한 걸음은 "왼쪽에서 오거나" 또는 "위에서 오거나" 둘 중 하나예요(합의 법칙). 그래서 각 지점의 경로 수는 왼쪽 지점과 위쪽 지점의 경로 수를 더한 값이 되고, 이렇게 격자를 채워나가면 신기하게도 파스칼의 삼각형과 똑같은 숫자들이 나와요. 결국 경로의 수를 세는 문제와 (a+b)ⁿ의 전개 계수를 세는 문제가 똑같은 셈법을 공유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들과 공부할 때는 실제 상황을 예로 들어 "이건 그리고일까, 또는일까?"를 먼저 물어보는 게 좋아요. "티셔츠 3벌과 바지 2벌을 짝지어 입는 방법"은 그리고(곱의 법칙, 3×2=6가지), "짜장면 또는 짬뽕 중 하나를 고르는 방법"은 또는(합의 법칙)이에요. 저희 체험 페이지에서는 메뉴를 고르는 수형도로 곱의 법칙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는 모습을, 격자 위 최단 경로로 합의 법칙이 파스칼의 삼각형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