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제논은 이런 주장을 했어요. "발 빠른 아킬레스가 느림보 거북이보다 조금 뒤에서 출발해 뒤쫓는다고 해보자. 아킬레스가 거북이의 출발점에 도착하면, 그사이 거북이는 이미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있다. 아킬레스가 다시 그 지점에 도착하면, 거북이는 또 그만큼 더 앞서 있다.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되므로, 아킬레스는 절대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한데, 현실에서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가볍게 앞질러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제논의 착각은 "무한 번 더하면 결과도 무한히 커진다"고 여긴 데 있었어요. 하지만 더하는 값들이 충분히 빠르게 작아진다면, 무한히 더해도 답은 유한한 값에서 멈출 수 있어요. 전체 거리를 1이라고 해볼게요. 아킬레스가 먼저 절반(1/2)을 가고, 남은 거리의 절반(1/4)을 더 가고, 또 남은 거리의 절반(1/8)을 가고... 이렇게 무한히 계속하면 얼마나 가게 될까요?
정답은 정확히 1이에요. 1/2 + 1/4 + 1/8 + ... 처럼 앞항에 일정한 비율(여기선 1/2)을 계속 곱해가며 더하는 걸 등비급수라고 하는데, 그 비율이 1보다 작기만 하면 항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어떤 값 너머로는 절대 넘어가지 않아요. 이렇게 무한히 더해도 특정 값에 다가가며 멈추는 걸 "수렴한다"고 해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는 과정도 이와 똑같아서, 거리(그리고 걸리는 시간)를 무한히 잘게 쪼갤 수는 있지만, 그 조각들을 전부 더한 값 자체는 유한해요.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어요. 1 + 1/2 + 1/3 + 1/4 + ...처럼 분모가 하나씩 커지는 수를 더하는 조화급수는 얼핏 등비급수와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의 운명을 맞아요. 각 항이 점점 작아지는 건 똑같은데도, 이 합은 무한히 커져요 — 다만 정말, 정말 느리게요. 항을 100만 개 더해도 합은 겨우 14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겉보기엔 등비급수와 비슷해 보이지만, "항이 얼마나 빨리 작아지는가"가 수렴이냐 발산이냐를 완전히 갈라놓아요.
제논의 역설이 실제로 수학적인 답을 얻기까지는 무려 2000년 넘게 걸렸어요. 17세기에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을 만들고, 19세기에 코시와 바이어슈트라스가 "극한"이라는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면서 비로소 정리됐죠. 핵심은 "무한히 많은 단계를 거친다"는 것과 "무한히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거리가 절반씩 줄어들듯 시간도 똑같은 비율로 쪼개지기 때문에, 무한한 단계를 유한한 시간 안에 전부 마칠 수 있어요.
저희 체험 페이지에서는 걸음 수를 슬라이더로 늘려가며 아킬레스가 얼마나 도착점에 가까워지는지, 비율을 골라 등비급수가 어떤 값에 수렴하는지, 그리고 조화급수가 항을 아무리 늘려도 결국은 무한히 커진다는 걸(다만 아주 느리게)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